전 세계가 열광하는 불닭볶음면. 하지만 수출국이 늘어날수록 삼양식품 연구원들의 야근은 길어졌습니다. 수천 페이지의 법령, 시시각각 변하는 규제... 인간의 한계에 봉착한 그들이 '생성형 AI'를 도입하며 겪은 처절한 시행착오와 비즈니스적 결단을 심층 분석합니다.
안녕하세요, 디지털 전환(DX)의 현장을 발로 뛰며 분석하는 테크 칼럼니스트입니다.
오늘날 기업들에게 'AI 도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기업은 "우리도 챗GPT 도입하자"며 섣불리 접근했다가, 기대 이하의 성능이나 보안 문제로 프로젝트를 중단하곤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오늘 소개할 삼양식품의 '식품 안전 법규 검토 시스템' 개발기는 AI 도입을 고민하는 모든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완벽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유행을 쫓은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기술을 칼처럼 갈고닦았습니다. 1부에서는 그들이 직면했던 문제의 본질과, 챗GPT라는 쉬운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파헤칩니다.

1. 화려한 수출 실적 뒤의 그림자: "이 성분, 정말 안전합니까?"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죠. 하지만 '식품'은 반도체나 자동차와 다릅니다. 사람이 먹는 것이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보수적인 규제를 받습니다.
문제는 이 규제가 '나라마다, 대륙마다, 심지어 주(State)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 미국(FDA): 식품첨가물에 대해 'Positive List(허용된 것만 사용 가능)' 방식을 주로 사용하며, 알레르기 유발 물질 표기가 매우 엄격함.
- 유럽(EU): '예방적 원칙'을 중시하여, 미국에서는 허용된 색소라도 유럽에서는 금지되거나 경고 문구를 넣어야 함.
- 이슬람 국가: 할랄(Halal) 인증이 필수이며, 돼지고기 유래 성분은 극미량이라도 검출되면 통관 자체가 불가능.
이 수많은 변수를 지금까지는 소수의 연구원들이 수작업으로 검토했습니다. 라면 하나에 들어가는 수십 가지 원재료, 그리고 그 원재료를 구성하는 하위 성분까지 쪼개서 각국 법령 사이트(대부분 외국어)를 뒤지고, PDF를 다운받아 읽고, 엑셀에 정리하는 방식이었죠. 이것은 단순 반복 업무가 아니라,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고도의 스트레스 업무였습니다.
2. 리스크의 무게: "실수 하나에 수백억이 날아간다"
만약 연구원이 피로에 지쳐 실수로 금지 성분을 놓쳤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단순히 벌금을 내고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 전량 회수(Recall) 및 폐기: 이미 배를 타고 건너간 수만 박스의 라면을 전량 수거해서 폐기해야 합니다. 물류비와 폐기 비용만 수십억 원이 발생합니다.
- 브랜드 이미지 실추: "불닭볶음면에서 유해 물질 검출"이라는 헤드라인이 전 세계 뉴스를 타게 됩니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피해입니다.
삼양식품의 테크 조직인 '스퀘어원(Square1)'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도입을 결심합니다. "사람이 하기엔 너무 위험하고 방대하다. AI에게 맡기자."라는 지극히 당연한 접근이었죠.

3. 챗GPT의 배신: "그럴싸한 거짓말쟁이"
초기에는 범용 LLM(거대언어모델)인 챗GPT 등을 활용해 보려 했습니다. "미국 FDA 규정에 따르면 이 성분이 사용 가능한가요?"라고 물으면 AI는 유려한 문장으로 "네, 가능합니다. 해당 성분은 FDA Code of Federal Regulations Title 21에 의거하여..."라고 답합니다.
완벽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검증해 보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AI가 말한 법령 번호를 찾아보니 존재하지 않는 조항이었습니다. 심지어 금지된 성분인데도 안전하다고 우기더군요. AI는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않고,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단어를 조합해 거짓말을 만들어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생성형 AI의 치명적 약점인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입니다.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쓸 때는 이 창의성이 장점이 되지만, 법적 책임이 따르는 규제 검토(Compliance) 영역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결함입니다. 99번 맞아도 1번 틀리면 회사가 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결단: "답을 생성하지 말고, 답을 찾게 하자"
결국 삼양식품은 챗GPT 같은 상용 서비스를 그대로 쓰는 것을 포기합니다. 대신, AI의 역할을 '작가(Writer)'가 아닌 '도서관 사서(Librarian)'로 재정의했습니다.
스퀘어원 팀은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검색 증강 생성)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합니다. AI가 머릿속에 있는 지식으로 떠드는 게 아니라, 회사가 미리 구축해 둔 '신뢰할 수 있는 법령 데이터베이스'를 먼저 뒤져보고(Retrieval),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Generation)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RAG만 쓴다고 환각이 사라질까요? 아닙니다. 삼양식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코딩을 맥도날드처럼 하는" 혁신적인 아키텍처를 고안해냅니다.
이 독특한 설계 방식 덕분에 그들은 AI의 환각률을 0%에 가깝게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맥도날드 방식'이란 무엇일까요? 2부에서 그 기술적 비밀을 낱낱이 파헤칩니다.
랭체인(LangChain), 랭그래프(LangGraph), 그리고 그라운딩(Grounding)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완벽한 검증 시스템을 구축했는지 기술적으로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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